유일한 상장 저축은행의 민낯… 푸른그룹, 횡령·건전성 악화 속 '오너 2세 지배력 굳히기'
금융 · 기업 해부 104억 횡령·연체율 9%대·배당성향 97%사조그룹과 47년 만에 갈라서는 사이, 지분은 주신홍 대표에게로 서울 서초구 강남대로, 신사역 인근에 본점을 둔 잠원동의 푸른저축은행은 오랫동안 '저축은행 업계의 모범생'으로 불렸다.
104억 횡령·연체율 9%대·배당성향 97%
사조그룹과 47년 만에 갈라서는 사이, 지분은 주신홍 대표에게로
서울 서초구 강남대로, 신사역 인근에 본점을 둔 잠원동의 푸른저축은행은 오랫동안 '저축은행 업계의 모범생'으로 불렸다. 그러나 최근 1년 사이 이 은행과 모그룹 푸른그룹을 둘러싸고 나온 소식은 그 평판과 거리가 멀다. 100억 원대 횡령 사고, 빠르게 나빠진 자산건전성, 실적을 웃도는 배당, 오너 2세에게 쏠리는 지분, 그리고 사조그룹과의 결별까지. 네디아뉴스가 공시와 언론 보도를 토대로 푸른그룹의 현재를 짚었다.
한 집안 두 그룹, 47년 형제경영의 끝
푸른그룹의 뿌리는 사조그룹이다. 1979년 사조산업이 푸른저축은행의 전신인 고려상호신용금고를 인수하며 두 그룹의 인연이 시작됐다. 이후 창업주 고 주인용 선대회장의 장남 주진우 회장이 수산·식품 중심의 사조그룹을, 차남 고 주진규 사장이 금융 중심의 푸른그룹을 각각 독립적으로 경영해 왔다.
주진규 사장 별세 이후 푸른그룹은 배우자 구혜원 회장과 장남 주신홍 대표가 이끌고 있다. 구 회장의 자녀는 1남 2녀로, 장남 주신홍 푸른파트너스자산운용 대표, 장녀 주그레이스(한국명 주은진) 푸른F&D 이사, 차녀 주은혜 푸른통상 대표다. 계열사마다 오너 일가가 한 자리씩 맡은 구조다.
| 푸른저축은행 | 그룹 모태이자 유일한 상장사(코스닥). 국내 유일 상장 저축은행 |
|---|---|
| 푸른파트너스자산운용 | 2015년 설립. 대표 주신홍 |
| 푸른인베스트먼트 | 2021년 설립 벤처캐피탈. 회생기업 제일엠앤에스 인수예정자 확정 |
| 푸른F&D · 푸른통상 | 오너 일가가 최대주주인 비금융 계열사 |
| 푸른렌탈앤파트너스 | 2026년 3월 설립 렌털 법인. 구혜원 회장 기타비상무이사 |
'대기업집단' 꼬리표가 부른 결별
두 그룹이 갈라선 계기는 규제였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해 사조그룹을 자산 5조 원 이상 대기업집단으로 지정하면서, 친족 관계로 묶인 푸른그룹 계열사도 사조그룹에 편입됐다. 푸른그룹은 까다로운 공시 의무와 내부거래·사익편취 규제를 함께 떠안게 됐다.
두 그룹을 잇던 마지막 고리는 비상장사 부국사료였다. 사조산업이 부국사료 지분을 갖고, 부국사료가 다시 푸른저축은행 지분을 갖는 구조였다. 단일 최대주주는 사조산업(35%)이었지만, 오너 일가와 푸른인베스트먼트·푸른F&D·푸른저축은행 등을 통해 65%를 쥔 푸른그룹이 실질적인 지배력을 행사했다.
이 고리는 올여름 끊어졌다. 지난 7월 부국사료는 이승엽 대표가 기존 주주의 주식을 모두 사들여 지분 100%를 확보했다고 공시했다. 거래대금은 약 980억 원이다. 업계에서는 푸른그룹이 규제 부담을 벗기 위해 지분 고리를 완전히 끊었다는 분석과 함께, 공정위 친족분리 신청 등 법적 계열분리 절차가 본격화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그러나 과정에는 의문이 남는다. 푸른저축은행과 푸른F&D는 불과 지난해 말 이지홀딩스로부터 부국사료 지분을 사들였다. 당시 지배력 강화 목적이라는 분석에 푸른저축은행은 "저평가돼 있고 배당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투자"라는 취지로 해명했다. 그러고 반년여 만에 지분을 모두 넘겼다. 예금자의 돈을 굴리는 저축은행이 특수관계사 지분을 단기간에 사고판 이유에 대한 설명은 충분치 않다.
104억 횡령… 상장폐지 문턱까지 갔다
그룹의 핵심 푸른저축은행은 올해 초 큰 타격을 입었다. 전직 임원의 104억 원 횡령이 드러난 것이다. 횡령액은 2025년 말 자기자본(3286억 원)의 3.16%, 지난해 순이익(209억 원)의 절반에 육박한다. 한국거래소는 3월 3일부터 주식 매매를 정지하고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 여부를 검토했다.
결과적으로 거래소가 실질심사 대상에서 제외하며 상장폐지는 피했다. 하지만 신용평가업계는 순이자마진(NIM) 하락이 어느 정도 불가피하고, 상장이 유지되더라도 예수금 이탈을 계속 지켜봐야 한다고 진단했다. 임원급 인사가 100억 원 넘는 돈을 빼돌리는 동안 내부통제가 작동하지 않았다는 사실은 금융회사에 가장 뼈아픈 대목이다.
숫자로 본 건전성… 연체율 두 배, 배당성향도 두 배
'모범생' 이미지는 횡령 이전부터 흔들리고 있었다. 2024년 순이익은 79억 원으로 전년(158억 원)의 절반으로 줄었다. 같은 해 말 연체율은 9.47%로 1년 새 4.26%포인트 뛰었고, 고정이하여신(NPL) 비율은 12.65%로 5.32%포인트 올랐다. 부동산PF 부실과 내수 침체의 영향이다.
그런데도 배당은 줄지 않았다. 주당 650원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배당성향은 48.35%에서 96.74%로 두 배 가까이 치솟았다. 번 돈의 거의 전부를 주주에게 나눠준 셈이다. 최대주주가 오너 일가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 배당의 상당 부분은 결국 오너 일가로 흘러간다.
버팀목은 있다. 2024년 말 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은 25.09%로 업계 최고 수준이다. 쌓아둔 이익잉여금이 두껍다는 뜻이다. 그러나 두꺼운 자본이 내부통제 실패와 자산 부실을 덮어주지는 않는다.
위기 속에서 커지는 오너 2세 지분
이런 상황에서도 오너 2세의 지배력은 커지고 있다. 구혜원 회장의 장남 주신홍 대표(43)는 증권사 애널리스트와 채권운용 매니저를 거쳐 푸른저축은행 감리부와 자산운용팀에서 일했고, 현재 푸른저축은행과 푸른파트너스자산운용 등 주요 계열사의 최대주주다.
지난 4월 부국사료 이사회는 보유한 푸른저축은행 지분을 주 대표에게 매각한다고 공시했다. 주 대표의 기존 푸른저축은행 지분은 17.2%였다. 계열분리 과정에서 그룹 밖으로 나가야 할 지분이 오너 개인에게 모인 것이다. 사조그룹과의 결별이 단순한 '규제 회피'를 넘어 승계 구도를 정리하는 수순이라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증권업계에서도 두 그룹의 경영권 승계 작업이 한창인 시점과 맞물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계열사 성적표는 엇갈린다. 주 대표가 이끄는 푸른파트너스자산운용과 푸른인베스트먼트는 순이익이 늘었지만, 비금융 골프 계열사는 적자를 기록했다.
본업 흔들리는데… 렌털·회생기업 인수로 외연 확장
본업이 흔들리는 사이 그룹은 새 사업에 손을 뻗었다. 지난 3월 3일 렌털 법인 '푸른렌탈앤파트너스'가 설립됐다. 사업목적에는 기계설비, 전자제품, 의료기기, 전기오토바이와 충전시설, 주거용 모듈러 건축물, 생활용품 임대까지 망라돼 있다. 구혜원 회장이 기타비상무이사로 직접 이사회에 이름을 올렸고, 주신홍 대표는 설립 당시 사내이사로 취임했다가 4월 16일 사임했다. 지분 구조는 공개되지 않았다.
문제는 경험이다. 푸른그룹은 그간 금융과 식품 중심으로 사업을 해왔고, 렌털업 경험은 없다. 횡령 사고로 그룹이 가라앉은 시점에 낯선 분야로 뛰어든 것을 '돌파구'로 볼지 '외연 늘리기'로 볼지는 아직 판단하기 이르다.
벤처캐피탈 계열사 푸른인베스트먼트도 몸집을 키우고 있다. 회생절차를 밟던 제일엠앤에스는 지난 5월 수원회생법원 허가를 받아 푸른인베스트먼트를 최종 인수예정자로 확정했다. 공개매각 입찰에서 다른 응찰자는 나타나지 않았다. 푸른인베스트먼트가 기업공개(IPO)를 추진한다는 보도도 나왔다.
감시는 줄어들고, 질문은 남는다
푸른그룹은 상장사를 푸른저축은행 한 곳만 두고 나머지는 비상장으로 운영해 왔다. 외부 감시가 미치는 범위가 그만큼 좁다. 사조그룹과의 계열분리가 끝나면 대기업집단 공시 의무에서도 벗어난다. 지금보다 더 들여다보기 어려운 그룹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 104억 원 횡령을 막지 못한 내부통제는 무엇이 바뀌었는가.
- 연체율이 두 배 가까이 뛰는 동안 순이익의 97%를 배당한 것은 적절했는가.
- 은행 돈으로 사들였다 반년 만에 되판 특수관계사 지분 거래는 누구를 위한 것이었는가.
푸른그룹은 이 질문들에 아직 충분히 답하지 않았다. 47년 형제경영을 정리하고 독자 노선을 걷겠다는 지금이야말로, 그 답을 내놓아야 할 때다.